인생의 어느 지점에서 우리는 멈추어 서서 "이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 나에게 그 시점은 40대 후반이었다. 젊을 때는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쉼 없이 일과 가정에 몰두했지만, 이제는 체력의 한계를 조금씩 느끼면서도 동시에 ‘내 삶을 나답게 채울 수 있는 시간’을 어떻게 꾸려가야 할지 고민하게 되었다. 바로 이 시점에 문요한의 『오티움』을 만나게 되었다. 이 책은 단순한 여가 활용 지침서가 아니라, 인간이 왜 ‘쉼’과 ‘놀이’를 통해 삶을 회복하고 의미를 발견해야 하는지를 일깨워주는 안내서였다.

문요한은 ‘오티움’을 단순한 놀이나 한가한 시간이 아니라, 인간 존재가 본래적으로 누려야 할 존엄한 휴식이자 창조적 시간으로 정의한다. 그는 그리스·로마 철학에서 비롯된 오티움 개념을 현대인의 삶에 맞게 풀어내며, 단순히 바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는 차원이 아니라, 자신을 성장시키고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시간을 강조한다. 책을 읽으며 나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자격증 도전’이 단순히 취미를 넘어, 나만의 오티움의 한 형태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최근 몇 년 사이 제2의 인생을 준비한다는 마음으로 새로운 공부를 시작했다. 올해 초 취득한 건축도장기능사 같은 자격증부터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도배기능사, 실내건축기능사, 방수가능사 등 건축분야와 다른 여러 분야의 자격증까지, 내가 걷는 길은 결코 쉽지 않다. 체력은 예전만 못하고, 새로운 기술과 이론을 익히는 속도도 예전 같지 않다. 그러나 책상 앞에 앉아 교재를 펼치고, 실습학원에서 몸으로 연습하면서 하나씩 깨닫는 순간의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문요한이 강조하는 것처럼, 오티움은 단순히 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발견하는 과정’이자 ‘삶을 다시 창조하는 시간’이었다.

책을 읽으며 특히 마음에 와닿았던 부분은 "오티움은 결과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 목적이 된다"라는 메시지였다. 우리는 흔히 무언가를 배우면 ‘이걸로 돈을 벌어야 하지 않을까?’, ‘실제로 써먹을 데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실용적 잣대를 먼저 세운다. 그러나 문요한은 오티움의 본질은 ‘유용성’이 아니라 ‘존재의 풍요’라고 말한다. 나는 자격증을 따는 과정이 당장 직업적 활용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그 과정에서 배우고 익힌 것들은 결코 헛되지 않다고 믿는다. 그것이 곧 내 삶을 풍요롭게 하고, 내 안의 세계를 넓혀주는 경험이기 때문이다.

또한 저자는 현대인들이 끊임없는 경쟁과 효율성의 논리에 갇혀 ‘쉼의 기술’을 잃어버렸다고 지적한다. 일과 성취에만 매달리다 보면 결국 소진되고, 인생의 참된 기쁨을 잃어버린다는 것이다. 이 부분을 읽으며 나는 지난 나의 삶을 돌아보았다. 젊을 때는 늘 바쁘게 움직였고, 무언가를 이루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렸다. 그러나 지금은 조금 느려도 좋다. 비록 속도는 느리지만, 내가 좋아서 배우고, 스스로 보람을 느끼는 일이라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쉼이고, 참된 오티움이 아닐까.

책은 또한 "오티움은 인간을 더 인간답게 만든다"라고 말한다. 오티움 속에서 우리는 자기 성찰을 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며, 관계를 돌아보고, 삶의 의미를 새롭게 구성한다. 나는 자격증 공부를 통해 단순한 지식 습득을 넘어 내 삶의 태도를 다잡아가고 있다. 시험을 준비하며 매일 조금씩 연습하는 과정은 나에게 인내와 꾸준함을 가르쳐준다. 또한 배움의 즐거움을 통해 여전히 성장할 수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그 과정에서 느끼는 작은 기쁨이야말로 ‘나를 인간답게 만드는 오티움’의 실천이 아닐까 한다.

앞으로도 나는 더 많은 자격증에 도전하고 싶다. 다섯 개 정도는 마음속에 리스트로 정해두었는데, 아마도 그 길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문요한이 말하는 오티움의 정신처럼, 나는 결과보다 과정을 즐기고 싶다. 시험에 합격하든 떨어지든, 공부하고 배우는 그 순간 자체가 이미 내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그 배움은 언젠가 내 삶의 또 다른 길을 열어줄지도 모른다.

『오티움』은 나에게 큰 위로와 동시에 방향을 제시해준 책이다. 단순히 쉬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라, ‘어떻게 나답게 살 것인가’라는 물음을 던져주었고, 나는 그 답을 내 삶 속에서 조금씩 실천하고 있었다. 자격증 공부는 나의 오티움이고, 그 과정을 통해 나는 삶의 두 번째 계절을 더 풍요롭고 의미 있게 채워가고 있다.

이제 나는 더 이상 ‘쉼’을 게으름이나 낭비로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오티움의 시간 속에서 나는 다시 살아갈 힘을 얻고, 새로운 도전을 할 용기를 얻는다. 앞으로의 인생이 얼마나 남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남은 시간만큼은 더 나답게, 더 즐겁게, 더 보람차게 채워가고 싶다. 문요한의 말처럼, 오티움은 우리 삶의 숨결이며, 진정한 행복으로 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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